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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더 키친> 분석, 줄거리, 감상평

by 마리오소다 2024. 2. 5.

 

 

2024년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국 영화 <더 키친>은 디스토피아 장르의 영화로 어두운 현시대의 문제점을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그려냈습니다. 

1. <더 키친> 왜 우리 삶은 달라지지 않는가.

2044년 영국 런던에 마지막 남은 공공 주택 단지 '더 키친'은 그곳에 살고 있는 인구수에 비해 모든 자원이 부족해 보입니다. 물도 식량도 제한된 시간과 양으로 매일을 치열하게 해결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그곳의 사람들은 쉽게 그곳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그곳을 철거하려 하고 모든 게 부족한 '더 키친'이지만 그곳이 유일한 터전인 주민들은 매일 경찰의 단속을 피해 불안하게 살아갑니다.

주인공 '이지'는 '더 키친'에서 이웃에게 정을 주지도 관심을 주지도 않고 친절을 베풀지도 않으며 철저하게 혼자 살아갑니다. 그의 목표는 오직 지긋지긋한 빈민가 '더 키친'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는 것뿐입니다.

'이지'는 새로운 형식의 장례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합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사람들에게 장례 상품을 팔아 수완을 올리려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돈을 모아야 꿈에 그리던 새로운 보금자리 '부에나비다 아파트'로 갈 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지'는 '벤지'라는 아이의 엄마의 장례식을 보게 되고 '벤지'의 엄마가 살아 있을 때 조금 알고 지냈다는 이유로 '벤지'는 어쩐지 '이지'의 곁을 떠나기가 싫어집니다.

엄마를 떠나보내고 집에서 혼자 보내는 고독한 밤. '벤지'는 처음 느껴보는 엄마의 빈자리와 외로움과 고독을 채워줄 누군가가 절실해집니다. 엄마가 선물해 준 새 자전거를 타고 '더 키친'으로 '이지'를 찾아 나섭니다. 그러다 '벤지'는 우연히 '더 키친'의 좀도둑 무리와 어울리게 되고 이를 알게 된 '이지'는 '벤지'를 못 본 척할 수 없게 됩니다.

아무도 곁에 두지 않고 스스로 외로운 삶을 선택해 살아오던 '이지'의 삶에 갑자기 외로운 삶으로 내버려진 '벤지'라는 아이가 들어오게 됩니다. 빨리 새 보금자리로 갈 돈을 마련해야 하기에 '벤지'와의 동거가 부담스러웠던 '이지'였지만 어느덧 담담하게 우정을 쌓아가게 되고 서서히 가족이 되어갑니다.

'벤지'는 묻습니다. '이지'가 혹시 본인의 아빠가 아닌지. '이지'는 대답하지 않고 영화는 열린 결말로 끝납니다. 관객은 알고 있습니다. 둘 사이가 진짜 피로 섞인 가족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족은 함께 밥을 먹고 내일을 같이 고민하는 존재입니다. '이지'의 내일에 이미 '벤지'가 함께 있기에 둘은 가족이 된 것 같습니다.

 

2. 생각하게 만드는 것들.  

(1) 2044년의 런던

약 20년 후의 미래에도 우리의 삶은 과거와 현재와 다를 것이 없어 보입니다. 기술이 발전했지만 그 발전된 기술은 가난한 사람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지도 빈부격차를 좁혀 주지도 못하는가 봅니다. 가난한 사람은 늘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이 꿈인 세상.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그 모습은 변하지 않는 걸까요. 가난이 절대 없어지지 않고 계속 되풀이되는 인류의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2) 새로운 모습의 장례 서비스

주인공 '이지'가 일하는 곳은 새로운 모습의 장례 서비스 회사입니다. 이곳에서는 저렴하고 간소하게 장례를 치르고 유골을 작은 식물과 함께 묻어 보관합니다. 모든 것이 부족한 현실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성대한 장례와 멋있는 무덤과 고인을 기리는 비석은 그야말로 가장 쓸모없는 사치가 아닐까요? 이 장례 회사에서는 아주 최소한의 성의로 고인을 보내고 작은 화분에 고인의 유골을 보관하여 그 화분에서 자라나는 식물을 보며 고인을 추억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살아 있는 사람들도 제대로 된 '살 곳'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죽은 가족을 묻을 곳이라도 제대로 있을까요? 먹고사는 문제가 계속 최우선이 될 우리에게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장례문화는 합리적으로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아직까지는 우리 사회에서 고인이 된 사랑했던 내 가족에게  '합리적인 장례'라는 말 자체가 왠지 서운하고 부도덕하게 들리지만, 인류는 차츰 이런 장례 문화에서 조차 많은 가치관의 변화를 보여줄 거라 생각합니다.  

(3) 가족의 의미

이 영화는 가족이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를 담담하고 현실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피로 엮인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은 아니지만 불쑥 내 삶에 들어와 불편하지만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는 존재, 나의 내일의 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존재가 생겼다면 그것 또한 가족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3. 최종 리뷰

개인적으로 '이지'와 '벤지'가 함께 있을 때 보여주는 감정연기가 좋았습니다. 타인이었던 두 사람은 첫 만남 이후 천천히 가까워지다가 어느덧 서로를 걱정하며 의지하는 사이가 됩니다. 영화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부담스럽지 않게 그려내고 있고 관객은 그런 두 사람의 관계를 천천히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영화는 완전히 열린 결말로 끝납니다. 막연하게 끝나는 영화의 결말처럼 둘이 미래도 막연해 보이지만 많은 관객들이 진한 여운을 느끼며 둘의 미래를 마음으로 응원할 거라 생각합니다.

디스트로이 세계관의 영화답게 무겁고 답답한 현실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런 시대에도 진실한 인간과의 소통은 우리가 매일 맞이하는 내일이 조금 따뜻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는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차분한 저녁시간에 외로움을 느낄 때 보기를 추천드리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