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독점 공개 송중기 배우의 최신작 <로기완>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조해진 작가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가 이 영화의 원작으로 탈북민 '로기완'이 벨기에로 밀입국해 난민 심사를 받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1. <로기완> 은 어떤 영화인가
- 장르 : 드라마, 멜로
- 감독 : 김희진
- 공개일 : 2024년 3월 1일 넷플릭스
- 러닝타임 : 131분
- 출연 : 송중기 (로기완 역), 최성은 (이마리 역)
2. 인간의 기본권을 찾아가는 고단한 여정
북한에 있을 때 어떤 싸움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어머니와 숨어 사는 '로기완'은 좁은 방에서 어머니가 식당에서 일해서 벌어 온 돈으로 답답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살아 있으나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는 '기완'은 사지 멀쩡한 아들을 먹여 살리는 어머니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눈이 오는 날 공안이 '기완'의 어머니가 일하는 식당을 찾아가 '기완'을 찾았고 어머니에게 우산을 들고 마중을 나온 '기완'을 공안이 발견합니다. 두 모자는 좁은 골목으로 도망을 가게 되는데 그때 그만 어머니가 달려오는 트럭이 치여 죽고 맙니다. 그렇게 어머니를 잃은 '기완'은 삼촌의 도움으로 어머니의 시신을 팔아 마련한 돈과 지갑을 가지고 난민을 받아준다는 벨기에로 밀입국합니다. 낯선 땅 벨기에는 낯선 북한의 청년에게 친절하지 않습니다.
난민 심사까지 1년이나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기완'은 갈 곳이 없습니다. 벨기에에 살아 있지만 아직 그곳의 살고 있지 않은 유령 같은 존재가 된 '로기완'은 화장실에서 노숙을 하고 병을 팔아 겨우 뱃가죽을 채울 빵 한 조각으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 나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양아치들에게 이유 없이 얻어맞고는 그들이 물에 빠진 신발을 주우려다 온몸이 젖어버린 '기완'은 코인 세탁소에 들어가 만신창이가 된 몸을 눕힙니다. 바닥에 무방비 상태로 잠이 든 '기완'의 지갑을 '이마리'가 훔쳐갑니다.
'마리'는 한국사람으로 왕년에 잘 나가던 사격 유망주였지만 어머니가 안락사로 돌아가셨고, 그 안락사를 아버지가 동의했다는 이유로 '마리'는 삐뚤어진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녀는 그 지역의 깡패 '씨릴'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는지 돈을 계속 갚아야 했고, 그의 불법 사격 도박 선수로 있었습니다. '마리'는 훔친 '기완'의 돈을 '씨릴'에게 줘버렸습니다.
'마리'는 그 돈이 '기완'의 어머니 시신을 팔아서 만든 돈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돈과 지갑을 다시 돌려주기로 합니다. 하지만 '씨릴'은 호락호락하게 돌려주지 않습니다. '마리'가 '씨릴'의 도박장에서 열리는 사격 경기에서 우승을 하는 조건으로 지갑을 돌려주겠다고 합니다. 할 수 없이 '마리'는 사격 경기를 하고 끝에 마약을 투여하고 이기게 됩니다.
'기완'에게 지갑을 돌려주고 '기완'은 '마리'아버지의 도움으로 육가공 공장에 조선족이라고 신분을 속이고 취업을 하게 됩니다. '기완'은 그곳에서 조선족 '선주'를 만나 많은 도움을 받고 그곳의 생활에 적응해 갑니다. 고마운 마음을 전하려 '기완'은 숙소에서 '마리'에게 직접 요리한 식사를 대접합니다. 이 장면에서 두 사람을 서로 호감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마리'의 아버지는 위태로운 '마리'옆에 신분도 보장되지 않은 '기완'이 있는 것이 탐탁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리'의 위기상황을 '기완'이 여러 번 도와주며 서로 사랑은 더욱 두터워지고 아버지도 '기완'을 인정하게 됩니다.
'마리'는 '씨릴'에게 벗어나기 위해 싸움에 휘말렸고, 벨기에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지만 아직 난민심사가 끝나지 않은 '기완'은 이 나라에 머무를 자격도 없지만 이 나라를 떠날 권리도 아직 없기에 '마리'를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3. 마침내 손에 넣은 권리
긴 기다림 끝에 '로기완'은 난민으로 인정받고 벨기에에 살 수 있게 됐습니다. 그와 동시에 벨기에를 떠날 수도 있게 됐습니다. 자신이 갈 곳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그 당연한 권리를 '기완'은 마침내 손에 넣은 것입니다. 그리고 '마리'가 있는 곳으로 가 둘은 재회합니다.
이 영화는 국가와 국가가 제한하는 인간의 권리와 자유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이 시대의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어느 국가에 존속됩니다. 태어나자마자 그 나라에 출생신고를 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권리를 얻게 됩니다. 국가라는 개념이 생기고 나서부터 인간은 자유롭게 살 곳을 선택하지 못합니다. 언제부터 국가가 나누어졌고, 언제부터 그 나눠진 영토를 오고 갈 때 '비자'를 받아야, 즉 허락을 받아야 오고 갈 수 있게 된 걸까요? '로기완'은 벨기에 땅에서 생물학 적으로 살고는 있지만 아직 그 나라의 허락을 받지 못하였기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고 있지는 않습니다. 살아 있지만 그 어떤 인간적인 권리도 누릴 수 없는 채로 방치된 그의 존엄은 시대의 시스템에 의해 좌지우지됩니다. 누군가는 당연하게 가지고 있는 그 아주 기본적인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자유 그리고 권리를 찾기 위한 싸움은 생각보다 고단하고 지루하며 확실한 기약이 없기에 피가 마릅니다.
'로기완'이라는 사람의 인생을 통해 인간의 기본권을 누리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며 그것을 뺏겼을 때 다시 되찾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처절한 일인가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난민'이라는 개념 또한 개인의 잘 못으로 생긴 것이 아닌 어떤 '국가'가 잘못되었을 때 생겨나는 것인데, 그 국가에 소속되었었다는 이유로 원래 누려 마땅한 권리를 어렵게 되찾아야 하는 사회 시스템 때문에 소중한 인생을 낭비해야 하는 사람들이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들에게는 평범한 사랑,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시간조차 참 간절하고 어려운 일이 됩니다.
죽을힘을 다해 인간다운 삶과 행복을 찾아가는 한 남자의 여정을 그린 <로기완>을 보며 지금도 어느 낯선 나라의 추운 화장실에서 떨고 있을 난민들이 '기완'처럼 마침내 삶 다운 삶을 손에 넣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