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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조금, 코미디 많이, 영화 <30일>

by 마리오소다 2024. 2. 18.

1. <30일> 은 어떤 영화

2023년 10월에 개봉한 남대중 감독의 로맨스 코미디 영화 <30일>의 줄거리는 진부하고, 주연 배우들도 매력 있는 배우들이지만 티켓 파워는 없는 배우들이고 장르도 새롭지 않습니다. 솔직히 남대중 감독에 대해서도 정보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시사회에서 큰 호평을 받아 입소문이 좋았고, 영화관에서 막을 내린 후 영화 평점과 관객 스코어도 좋습니다. 총 관객수 216만 명에 평균 평점이 10점 만점에 8점입니다.

이렇듯 딱 봐도 새로울 것 없어 보이는 영화인데 어떤 매력이 있어서 이렇게 감상평이 좋은 건지 호기심이 자극되었습니다.

주연은 강하늘 배우 (노정열 역)와 정소민 배우 (홍나라 역)가 맡았고 그 밖의 주변 인물들도 소소하지만 뚜렷하고 다양한 캐릭터를 가졌습니다. 

 

2. 진부한 줄거리와 설정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풀어 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노정열'과 '홍나라'는 한 때 연인 사이였으나 헤어졌습니다. 그러다가 '나라'의 결혼식 날 '정열'은 '나라'를 잡지 못하고 다른 남자에게 보내는 것이 속이 상해서 친구들과 술을 퍼 마시고 있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은 '나라'도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결혼식장에서 뛰쳐나온 '나라'는 '정열'에게 달려가고 그들은 다시 사랑하며 결혼에 골인하게 됩니다. 그렇게 그 둘은 영화 같이 사랑했음에도 결혼 생활의 행복은 아주 잠시 뿐, 서로 숨소리만 들어도 견딜 수 없을 만큼 미워하는 사이가 됩니다. 결국 이혼 법정으로 간 둘은 30일의 숙려 기간을 받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다투다가 사고를 당하고 둘 다 기억상실증에 걸립니다. 둘은 남은 30일 동안 기억을 돼 찾으려 온갖 방법을 다 씁니다. 

부부지만 기억을 잃었기에 서로 데면데면하게 지내다가 결국 둘은 다시 사랑하게 됩니다. 숙려 기간이 끝나가는 무렵 '정열'만 다시 기억을 찾게 되지만 이혼은 그대로 진행됩니다. '나라'는 기억을 찾지 못 한 채 미국으로 갈 예정이고 둘은 정말 끝날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로맨스 코미디 장르의 영화가 그렇듯 해피엔딩으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3. 오래간만에 만난 진짜 코미디 영화.

기억상실, 이혼, 재결합 등 로맨스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입니다. <30일>은 이 진부한 스토리로 참 재미있고 웃기게 만든 코미디 영화입니다. 과하지 않은 설정에 허를 찌르는 대사와 배우들의 코미디 연기가 영화 전체에 촘촘하게 깔려 있습니다. 특히 강하늘 배우와 정소민 배우의 표정, 대사 등의 코미디 연기의 합이 매우 좋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줄거리는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부한 줄거리로 작가가 어떻게 대사를 쓰느냐, 진부한 클리셰를 어떻게 조금 비트느냐에 따라 이렇게 센스 있고 재미있는 코미디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소소하게 웃음을 자아냅니다. 한두 번의 큰 웃음을 위해 영화가 힘을 줬다기보다는 잔잔하고 소소하게 계속 웃겨주는 영화라서 보는 내내 옅은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집에서 디즈니 플러스로 혼자 보면서도 계속 웃었는데, 여러 명이서 같이 봤다면 같이 크게 웃으면서 더 재밌었을 것 같습니다.

코미디로 단단하게 무장한 이 영화에서 로맨스를 기대하면 실망할 수 도 있겠지만 그래도 주인공 남녀의 심리 변화에서 우리의 사랑을 다시 점검해 볼 수 있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이런 장르의 영화가 늘 그렇듯, 알고는 있지만 누군가가 다시 말해줘야 다시 마음을 다잡고 실천하게 되는 사랑의 근본적인 것들을 이 영화도 관객에게 상기시켜 주고 있습니다.  

극 중 '정열'의 대사처럼 좋았던 기억보다 안 좋았던 기억이 더 많아질 때 사람들은 헤어질 결심을 하지만, 안 좋았던 기억에만 휩싸여 상대방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인지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며 내 곁에 오래 시간 함께 해온 파트너가 원수 같았던 요즘, 저의 마음 또한 환기시켜 주는 영화였습니다. 

저도 지금의 제 남편과 제가 기억을 잃고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도 다시 사랑하게 될까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영화 <30일>은 하루 일과가 끝나고 머리 좀 식히고 싶을 때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좋은 코미디 영화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강하늘 배우의 팬은 아니었지만 이 영화 이후로 강하늘 배우가 또 코미디 장르를 찍는다면 무조건 믿고 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