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 드릴 영화는 넷플릭스 영화 샘 에스마일 감독의 미스터리 스릴러,
"Leave the world behind"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입니다.
이 영화는 루만 알람(Rumaan Alam)이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가장 현실적이고 가능성이 높은 방식으로 미국이 혹은 우리 인류가 어떻게 멸망할 수 있는가에 대해 보여주는 매우 섬뜩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
1. <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 짧은 줄거리
이 영화의 시작은 다른 재난영화와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한 가족이 평화롭게 휴가를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을 합니다.
클레이와 아만다라는 부부는 롱아일랜드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합니다. 멋진 해변가에 큰 저택을 빌려 아치와 로즈라는 아들과 딸과 함께 차를 타고 그곳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아만다는 마트로 달려가 통조림과 생수를 사재기하는 대니라는 남자를 보게 됩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모습이라 의문을 가지게 되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가족들이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커다란 유조선이 해변으로 직진해서 들이닥쳐 모두 대피해야만 하는 이상한 일이 발생합니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뜬금없이 사슴 몇 마리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날 밤늦게 흑인 남자와 그의 딸이 문을 두드립니다. 두 사람은 정장을 차려입었고, 아버지 GH는 이곳이 자신의 집이며 자신과 딸 루스가 하룻밤을 묵게 해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합니다. 아만다는 밤늦은 시간에 어설픈 변명으로 집에 들어 오려하는 두 사람을 경계합니다. 그러나 클레이는 그들을 돕기로 하고 결국 그들을 집에 들입니다. GH와 그의 딸은 지하 침실에서 지내기로 합니다. 그 뒤로 매우 견디기 힘든 이상한 음파가 들리고, 사슴 떼가 집을 둘러싸는 등 기이하고 기분 나쁜 일들이 계속 벌어집니다. 그뿐 아니라 GPS와 휴대폰이 작동하지 않고, 도시의 전력 및 통신 정전 신고 등 상황은 빠르게 나빠집니다. 아만다 가족은 그곳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다른 도시로 이어지는 고속도로가 테슬라의 자율주행 차에 의해 막혀 버리고 그들은 그곳에 고립되었음을 깨닫고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는 어떤 것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가고, 영화를 끝이 납니다.
2. 주요 장면
(1) 대니라는 인물
주인공은 아니지만 이기적인 프레퍼 대니는 사람을 돕는 데 관심이 없고, 자신이 저장한 것을 공유하지 않으며, 미국정부의 행동에 대해 전적으로 의심하는 사람으로 이는 미국 보수층을 부정적으로 그린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2) 히스패닉 여성의 스페인어 해석
이런 기이한 현상들에 대해 어떤 정보라도 얻으려 클레이가 도시로 나간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길에서 혼자 있는 여성이 차를 세웁니다. 그리고는 스페인어로 매우 다급하게 무어라 말을 하죠. 스페인어를 전혀 모르는 클레이는 여성이 무어라 말하는지 알아듣지 못하고 소통이 되지 않은 사람에게 경계심을 느낀 걸까요, 다급해 보이는 여성을 뒤로한 채 그냥 집으로 돌아옵니다. 넷플릭스에서도 스페인어는 자막으로 보여주지 않네요. 클레이와 같은 감정과 시선을 관객에게도 똑같이 느끼게 하려는 의도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녀는 스페인어로 무슨 말을 했던 걸까요?
다행히 사람을 발견했네요! 집으로 돌아가려고요. 길을 잃었어요. 한참을 걸어왔네요. 당신 전화 좀 쓰게 해 주세요. 당신은 오늘 내가 하루 종일 처음 본 사람이에요. 여기서 나가야 해요! 방금 근처에서 붉은 가스를 뿌리는 비행기를 봤어요. 50마리 이상의 사슴을 봤어요. 사슴들이 숲에서 나오고 있었어요. 제발 집에 가고 싶어요. 군용기가 나타나서 도망쳤어요. 주변에 아무도 없어요. 화학 공격인가요?
개인적으로 이 여성이 나오는 부분이 가장 무서웠는데 막상 해석을 들어보니 별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관객은 이 장면에서 히스패닉여성이 무슨 중요한 정보라도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 역시 관객들만큼이나 아는 것이 없었고, 그저 클레이와 같은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입니다.
잘 차려입은 GH와 그의 딸은 이타심을 가지고 도와줬던 클레이가, 길에서 만났고 도움이 더욱 필요해 보이는 여성은 돕지 않고 외면했습니다. 평화로울 때는 어떨지 몰라도, 위험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낯선 사람과 낯선 언어는 호기심의 대상이 아닌 그저 공포와 경계의 대상이 될 뿐입니다. 이렇게 인류는 위험한 상황에서 통합되지 못하고 분열하고 갈라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3) 테슬라 자율주행 차량
테슬라 자율주행차가 갑자기 오작동을 하여 한 곳을 향해 돌진해 버립니다. 그뿐 아니라 영화의 초반부에 큰 유조선이 해변을 향해 돌진하고 비행기도 오작동으로 땅으로 곤두박질되어 버립니다.
대부분의 영화는 이러한 혼란을 던져주고 결말 부분에서 그 이유와 원인을 설명하고 해결하는 방식인데, 이 영화는 그냥 이러한 일들만 막 보여주고 혼란과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든 상태에서 종료됩니다.
분명 공격과 그로 인한 혼란은 있지만 공격의 배후가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확실한 건 모든 일들이 누군가가 마음먹고 조종한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섬뜩한 느낌을 들게 합니다.
(4) 시트콤 프렌즈
영화에서 로즈는 오래된 시트콤 프렌즈를 열심히 보는데 이는, 향수, 본인의 감정과 상황을 미디어에 의존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5) 젠가게임
사회적 붕괴를 예견하며 텔레비전에서 국가 비상사태가 발표되는 것을 목격함과 동시에 젠가는 붕괴됩니다.
(6) 사슴
쿠르드 문화에서 사슴은 불운과 죽음을 상징하며, 사슴의 수가 늘어남에 있어 불운이 늘어날 것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단순히 동물원에서 나온 사슴이 먹이를 줄 인간을 찾아온 것 일수도 있습니다.
(7) 해킹
국가 시스템이 해킹당했다는 추측이 이 재난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추측입니다.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상에서 국가의 시스템이 해킹당했다는 것은 국가의 권한과 통제를 넘겨줬다는 것에서 오는 공포로 연결되며 그 구체적인 모습을 영화에서 잘 보여줍니다. 통신이 제한되고, 길을 통제당하고, 탈것이 조종당하는 장면들을 볼 수 있습니다.
3. 정답이 없는 영화 (나름의 해석)
영화를 추천하지 않는 사람들은 보면 기분만 나빠지는 영화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영화에서는 힌트만 던져주고 설명하지 않은 것들이 많습니다.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유일하게 엿볼 수 있는 대목은 영화 막바지에서 GH가 아만다에게 국가를 불안정하게 만들 '계획'을 설명하는 장면입니다.
제 고객을 가장 겁에 질리게 한 프로그램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한 국가의 정부를 내부에서 무너뜨릴 수 있는 간단한 3단계 작전이었죠. 첫 번째 단계는 사람들을 고립시키는 것입니다. 그들의 통신과 교통수단을 차단하고, 그들을 아무것도 못 듣게,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게 하고, 가능한 한 마비 상태로 만들어 두 번째 상태로 넘어가게 합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동시다발적 혼란, 은밀한 공격과 잘못된 정보로 그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그들의 방어 능력을 제압하여 그들이 가진 무기가 극단주의자들과 자국 군대에 무력하게 만듭니다. 명확한 적군도 원인도 모르게 되며 사람들은 서로를 배신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러한 두 번째 단계가 성곡적으로 완료되면 세 번째 단계는 저절로 일어날 것입니다. 세 번째 단계는 쿠데타, 내정, 붕괴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국가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가장 비용 효율적인 방법으로 여겨졌죠. 타깃이 된 국가가 충분히 기능 장애를 겪고 있다면, 본질적으로 모든 일은 스스로 일어날 겁니다.
이런 설명들로 '이 영화가 분열된 사회에 대한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하는구나'라는 추측은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어떤 것도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고 어떠한 결말에 도달하지 않았는데 영화가 끝나버리는 것 자체가 관객 입장에서는 매우 불쾌하고 불 만족스러운 일입니다. 아마도 이 영화와 같은 혼란 상황이 우리에게 벌어진다면 명확한 답을 우리가 찾을 수 없다는 것이 결말의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