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불이 사랑에 빠진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2023년 이번에도 흥미롭고 독특한 소재로 돌아온 픽사의 <엘리멘탈>을 소개하겠습니다.
1. 원소들의 귀여운 이야기
불의 원소 '버니'와 '신더'는 흙, 물, 공기 등 원소들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엘리멘트 시티'로 이사를 오게 되고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합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고 화려한 도시 '엘리멘트 시티'에 처음 이주한 이방인 '버니'와 '신더'는 이 새로운 도시에서 새로운 집을 찾아 나서지만 계속되는 거절당하다가 방치되어 있던 한 폐가를 발견하게 됩니다. 오랫동안 손길이 닿지 않아 곳곳에 물이 새는 낡고 초라한 건물이지만 이곳에서 그들은 꿈을 펼칠 생각에 기쁘기만 합니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신더'는 귀여운 딸 '앰버'를 낳았고 그들만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고향에서 가져온 푸른 불꽃도 그들의 시작과 함께 했습니다. 불 원소 가족은 '파이어 플레이스'라는 가게를 열었고 가게는 점차 번창했으며 '버니'는 '앰버 '에게 가게를 물려줄 것을 약속합니다.
어느 날 '앰버'혼자 가게를 책임질 기회가 주어졌는데, 진상 손님에게 '앰버'의 감정은 폭발하고 맙니다. '앰버'는 그 이후에도 불같은 마음을 다스리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던 중 평소보다 손님이 많은 '레드 닷 세일'에서 평소보다 더 많은 진상 손님을 만난 '앰버'는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지하실로 달려가 아무도 모르게 분노를 폭발해 냅니다. 아무도 본 사람은 없었지만 그 폭발의 충격 때문에 노후된 배수관이 터지며 물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지하실은 물로 가득 차버리게 됩니다. 그때 물바다가 된 지하실에서 물의 원소 '웨이드'가 나타납니다. 따뜻한 심장과 차가운 머리를 가진 '웨이드'는 눈물을 흘리며 무허가 건물인 '파이어 플레이스'를 폐업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앰버'는 이를 막기 위해 '웨이드'를 쫓아 '엘리멘트 시티' 중심부에 있는 시청으로 향하고 '앰버'와 '웨이드'는 이 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앰버'의 부모님에게는 "원소들끼리는 절대 섞일 수 없다"라는 철칙이 있었죠. 특히 물과 불은 상극이니 '웨이드'를 받아들일 리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서로의 특별함을 발견하며 감정은 더 깊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앰버'는 본인도 몰랐던 본인의 특기와 꿈에 대해 발견해 갑니다. '앰버' 부모님의 반대에도 서로는 서로 만질 수 없는 존재인 줄 알았던 둘은 만질 수 있고 조화롭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들의 감정에 솔직해져 갑니다.
2. 영화가 주는 메시지
(1) 부모의 꿈과 나의 꿈
"부모님의 희생에 보답하는 방법은 내 희생뿐이야."
'앰버'는 타국에서 고생 끝에 자리를 잡은 부모님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나에게 바라는 삶의 방향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부모님의 고생을 보상해 주는 길이라 생각하고 따르려 합니다. 사회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자식을 인도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과 그에 벗어나는 선택을 하게 되었을 때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결국 사회와 부모가 제시하는 방향으로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앰버' 역시 가업을 물려받음으로써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고 예측가능한 미래를 선택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웨이드'와 모험을 하고 위기를 극복하면서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본인이 무엇을 할 때 진정으로 행복한지 깨달아 가고 있습니다.
영화는 '앰버'를 통해 이 시대의 젊은 친구들에게 "너도 할 수 있어. 용기를 내"라며 응원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2) '앰버'의 분노
이 작품에서 '앰버'는 감정을 다루는데 어려움이 있어 보입니다. 특히 화를 다루는 게 힘들어 보입니다. '앰버'는 감정을 애써 억눌러오다가 한 번에 불같이 폭발하고 맙니다. 우리 사회에서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 '웨이드'처럼 늘 긍정적인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과도 무난하게 어울리며 좋은 사람 소리 들어가며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른다면 마음은 병들어가고 '앰버'처럼 한 번에 폭발하고 맙니다. 사회 안에서 수동적인 삶을 살다가 본인의 감정조차 마주하는 법을 모르는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이 영화는 '앰버'의 성장을 통해 슬플 때 울고, 두려울 때 두려움을 느끼고 내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이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 나가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고 있습니다.
3.
부모세대와 2030 세대와의 갈등, 나와 다른 무리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법을 아름다운 영상미와 아이디어로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애니메이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약간 진부한 소재이지만 무료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놓치고 있는 중요한 부분을 한 번 더 끄집어내어 생각하게 만드는 멋있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