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데이 시즌에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본다는 것 자체가 뻔하고, 모든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스토리와 클리셰와 결말은 뻔합니다. 그래도 가끔은 왠지 이런 뻔한 일들을 해줘야 뿌듯하고 사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때가 있습니다.
넷플릭스 영화 <선수의 연애> (영어 제목 Players)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정석을 보여 주는 것 같이 적당히 유치하고 재미있고 훈훈했습니다.
1. <선수의 연애>
감독 : 트리시 시에
개봉 : 2024년 2월 14일, 넷플릭스
러닝타임 : 105분
등급 : 청소년 관람 불가
출연
- 지나 로드리게즈 (맥 역)
- 데이몬 웨이언스 (애덤 역)
- 오거스터스 프루 (브래너건 역)
- 조엘 코트니 (리틀 역)
- 톰 엘리스 (닉 러셀 역)
2. 남녀 주인공이 연애보다 재미있는 친구들과의 수다
영화는 '맥', '애덤', '브래너건' 그리고 '리틀' 네 명의 친구들의 수다로 시작됩니다. 이들의 재미있는 수다가 영화의 주된 웃음 장치입니다.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 할 틈 없이 유쾌하고 귀여운 이 네 명의 친구들은 거의 매일 술집에 모여 하룻밤 파트너를 구해 주기 위해 작전을 짜고 연기까지 해가면서 서로 도와줍니다. 그렇게 늘 어울려 다니며 서로의 작전을 도와주기 때문에 그들에게 하룻밤 잠자리 상대를 찾는 것은 매우 쉬운 일입니다. 이 바닥에서는 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밤에서 뿐 아니라 함께 같이 일을 하는 직장에서도 서로 늘 붙어 다니며 남녀상열지사에 대한 토론과 수다를 끊이지 않게 합니다. 서로의 가벼운 연애 생활을 돕는 팀이지만 이들의 우정만큼은 가볍지 않습니다. 서로의 가벼운 사랑을 돕기 위해 필요이상으로 최선을 다하는 네 사람의 모습이 귀엽고 재미있습니다. 진부한 소재의 영화를 끝까지 지루 할 틈 없이 깔깔깔 웃으며 볼 수 있었던 건 이들의 엉뚱하지만 진한 우정 덕분이었습니다.
3. 하룻밤 상대를 진지한 연애 상대로 바꿀 수 있을까?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 네 명의 친구들에게 하룻밤 작전은 너무 쉽습니다. 특히 '맥'은 거의 실패하는 일이 없는 선수 중의 선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닉 러셀'이라는 지적이고 섹시한 인물이 이들의 회사에 나타납니다. '맥'은 '닉'에게 반했고, 역시 친구들의 도움과 작전으로 '닉'과 하룻밤을 보내는 것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맥'은 어른스럽고 똑똑한 '닉'과 진짜 연애를 하고 싶어 합니다. 진지하고 깊은 관계에서 할 수 있는 '남자친구 집의 서랍 한 칸'을 차지하는 것이 그녀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하룻밤을 보낸 상대와 진지한 연애를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친구들은 부정적이지만 '맥'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하룻밤 상대를 꼬시는 작전만 세웠던 네 명은 처음에는 고전하지만 '맥'은 '닉'이 본인을 좋아하게 만들도록 2~3개월이 걸리는 긴 작전을 짜고 친구들과 실행에 옮깁니다. '닉'의 모든 것을 공부하고 그가 좋아하는 여자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합니다. '맥'과 친구들의 노력 덕분에 드디어 '닉'과 진지하게 사귀게 됩니다. 하지만 '맥'은 '닉'과 함께 있을 때 그녀가 만들어 낸 허구의 인물이 되어버립니다.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데 좋아하는 척을 하고 클래식을 즐기는 척을 하며 관심이 없는 상식들을 외우며 관심 있는 척을 해야 합니다. 점점 자신의 모습을 잃어가는 '맥'이었지만 기자인 자신의 일에는 늘 열정이 넘치고 진심이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본인의 인생 스토리를 토대로 써낸 기사를 '닉'은 중요하지 생각하지 않았고, 심지어 그녀의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모두 고쳐버립니다. 그런 '닉'의 곁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맥'에게 친구 '애덤'은 화를 내고, '맥'은 '닉'의 곁에서 거짓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그녀를 불행하게 만들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하룻밤 상대를 그녀의 작전으로 깊은 관계로 발전시켜 그토록 원했던 그의 집 서랍한 칸을 손에 넣었지만 그녀는 행복하지 않음을 깨달았기에 '닉'과 헤어지게 됩니다.
4. 진정한 사랑은 나를 '나'일 수 있도록 하는 사람
'맥'의 곁에는 늘 '애덤'이 있습니다. 소소한 일상과 작은 기쁨까지 공유하고 함께하는 친구입니다. '애덤'은 '맥'의 모든 것을 알고 공감하여 이해합니다. 누가 봐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지만 '맥'은 '애덤'을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합니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내용은 많은 로맨틱 코미디의 소재라 진부하다 느낄 수 있지만 이 두 친구들의 수다와 서로를 아끼는 모습을 보는 것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지루하지 않습니다.
'애덤'과 함께 있으면 "안전하고 나답게 사는 것처럼 느낀다"는 '맥'은 고백하고 둘의 키스로 영화는 마무리되고, 아마도 저와 같이 다른 관객들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을 것입니다.
영화 포스터의 등장인물 얼굴만 봐도 사랑스러운 웃음이 터져 나오는 귀여운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