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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은 왜 항상 눈물이 날까 <3일간의 휴가>

by 마리오소다 2024. 3. 18.

 

엄마가 무척이나 그리워지는 영화 <3일간의 휴가>는 2023년 12월에 개봉했습니다. 국민 어머니 신해숙 배우 (복자, 진주의 엄마 역)와 한층 더 성숙해진 신민아 배우 (진주 역)가 엄마와 딸로 연기했습니다. 

 

1. 엄마와 딸의 이야기 <3일간의 휴가>

엄마 '복자'는 죽은 지 3년째 되는 날 하늘에서 3일간 지상에 내려올 수 있는 휴가를 얻었습니다. 딸은 '복자'를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복자'는 그저 딸의 예쁜 모습을 3일 동안 많이 담아가고 싶었습니다. 미국에서 대학 교수를 하고 있어야 하는 딸이 이상하게도 본인이 생전에 운영했던 시골의 백반집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복자'는 저러고 있는 딸 '진주'를 보고 복장이 터졌습니다. 그리고 3일의 휴가 동안 '진주'가 왜 그곳에서 그러고 있었는지 천천히 알아가게 됩니다. 

엄마의 품이 가장 필요했던 어린 시절 '진주'는 엄마와 떨어져 삼촌과 숙모와 살게 됩니다. 지지리도 가난했던 '복자'가 애가 딸린 집에 재혼을 하면서 '진주'를 형편이 더 나은 삼촌집에 맡기고 일하고 돈을 벌며 '진주'를 멀리서 뒷바라지합니다. 복자의 깊은 사랑을 어린 '진주'는 헤아리지 못합니다. 엄마가 왜 자기를 버렸을까 미워하다가도 재혼한 남편에게 무시당하는 엄마를 보면 또 마음이 아파집니다. 어린 시절 감당할 수 없는 감정들 때문이었을까 커가며 '진주'는 엄마를 더 멀리하게 됩니다. 엄마는 늘 '진주'를 짝사랑합니다. '진주'는 그런 엄마를 더 차갑게 밀어냅니다. 

'진주'는 엄마의 얼굴도 보지 않고 미국으로 떠났고, '진주'가 미국에 있는 동안 '복자'는 세상을 떠납니다. 엄마의 사랑을 알았지만 모른 척했고, 본인도 무척이나 엄마를 사랑하지만 외면했었던 자신을 후회합니다. 정신과를 다니며 약을 복용해야 할 정도로 '진주'는 우울증이 심했고, 이제는 볼 수 없는 엄마에게 모질었던 과거를 사죄하는 마음으로 엄마의 백반집에서 백반을 팔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엄마가 만들어줬던 음식을 하며 엄마를 기억합니다. 엄마를 기억할수록 엄마의 사랑을 더 깊이 느낍니다. 엄마를 기억할수록 본인이 얼마나 엄마를 사랑했었는지 알게 됩니다. 그런 '진주'를 바라보는 '복자'의 마음은 미어집니다. '복자'가 원하는 건 그저 '진주'가 제 자리로 돌아가 그저 즐겁게 남은 인생을 살다 가는 것입니다.

'복자'는 자신에게 휴가를 준 하늘에게 한 번만 '진주'를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청합니다. 그렇게 되면 '복자'의 기억에서 '진주'가 사라지게 된다고 해도 '복자'는 '진주'의 남은 여생을 위해 고집을 꺾지 않습니다. 하늘에서도 말합니다. "가장 통제가 되지 않는 건 부모의 마음"이라고요. 어차피 '복자'가 포기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하늘에서는 둘의 만남을 이루어지게 합니다. '진주'는 엄마를 위해 생일상을 차려주고 둘은 웃으며 함께 밥을 먹습니다. 구구절절 오해를 풀지 않아도 얼굴을 마주 보고 먹는 밥 한 끼로 둘은 다시 사랑하는 엄마와 딸로 돌아갑니다. 행복한 꿈에서 깬 '진주'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복자'는 안심하고 딸의 인생을 응원하며 다시 하늘나라로 돌아갑니다. 

 

2. 잔잔하게 깊숙한 감정을 파고드는 영화

엄마는 딸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딸은 엄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엄마와 딸은 늘 그런 관계였습니다. 저 또한 이 영화를 보며 나의 돌아가신 엄마를 떠올리며 '진주'가 되어 많이 울었고, 지금 내 곁에 예쁘게 크고 있는 딸아이를 보고 '복자'가 되어 또 울었습니다. 이 영화는 듣기만 해도 피곤하게 눈물샘을 짜내는 신파극이 아닙니다. 어느 지점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의 중간, 나도 모르는 새에 눈물샘이 고장이 난 듯 영화가 끝날 때까지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슬픈 감정 때문에 눈물이 난 것은 아니고, 엄마와 딸, 서로의 깊고 애틋한 사랑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그 감정이 너무 커서 눈물로 넘쳐흘렀던 것 같습니다. 

 

3. 엄마는 다 잊어버린다. 엄마는 그런 것이다. 

영화 속 '복자'는 '진주'가 엄마에게 미안해하는 마음을 가지니 "엄마는 속상한 것도, 서운한 것도 다 잊어버린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그저 행복하게만 살아달라고요.

저 또한 딸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그 마음을 내 엄마에게 투영해 보니 엄마가 나를 이렇게나 어마어마하게 사랑했었구나 생각하게 되며 못난 딸이었던 지난날이 또 떠올라 엄마에게 한없이 미안해집니다. 이제는 사과할 수도 용서를 구할 수도 없는 존재지만 생각하면 늘 미안한 마음뿐인 엄마. 나는 엄마의 그 컸던 사랑을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고 우리 딸도 제가 딸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조금도 따라잡지 못하겠죠. 그러니 이제는 죄책감을 가지지 않으려 합니다. 영화 속 '복자'가 '진주'에게 바랐던 것처럼 저도 언제든 엄마가 휴가를 내려와 나를 볼 때 마음 아파하지 않도록 100살까지 즐겁게 살다가 가서 엄마를 만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