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럭키스트 걸 얼라이브> (Lcukiest Gril Alive)는 아직도 피해자가 피해자임을 밝히는 것이 부끄럽게 여겨지는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피해 여성의 사건과 심리적 변화를 그린 작품입니다.
1. <럭키스트 걸 얼라이브>
원작 : 제시카 놀의 동명소설
감독 : 마이크 베니커
출연배우 : 밀라 쿠니스 (아니 역), 핀 위트록 (루크 역)
러닝타임 : 113분
장르 : 드라마, 미스터리
상영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2. 피해자를 보는 시선에 대해 말합니다.
뉴욕의 잘 나가는 작가 '아니'의 방백으로 극을 이끌어 갑니다. 관객은 그녀의 생각과 심리상태에 집중하며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됩니다. 그녀의 관객에게 들려주는 방백은 현실세계에서 내뱉는 친절한 말과 행동과는 이질감이 있어 보입니다. 잘생긴 부자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앞둔 그녀는 항상 상대방이 듣기 좋은 소리를 하지만 관객이 들을 수 있는 그녀의 속마음은 늘 반대로 부정적인 마음이 많습니다. 속마음을 늘 포장하고 사는 것이 익숙한 그녀는 이 사회가 본인에게 어떤 모습을 기대하는지 잘 알며, 사람들이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내뱉는 진심이 아닌 칭찬, 미소, 인사뒤에 그녀는 부정적인 진짜 마음들을 필사적으로 봉인해 둡니다. 그녀의 진짜 마음들은 어디에서 생겨난 것이며, 어떤 모습이 그녀의 진짜 모습일까요?
영화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다큐멘터리 촬영팀이 과거 그녀의 학교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의 생존자인 그녀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그녀의 과거의 사건들이 영화 중간중간에 그녀의 현재와 맞물려서 보입니다. '아니'의 본명은 '티파니'입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티파니'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것으로 보입니다.
'티파니'는 부잣집 아이들만 다니던 명문 고등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했지만 별 볼일 없는 집안 출신의 그녀는 어쩐지 그 학교의 잘 나가는 집안의 또래들과 잘 섞이지 못했습니다. 또래 집단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그때부터 그녀는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잘나고 잘 사는 척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래도 그녀는 '벤'과 '아서'라는 진정한 친구를 사귀기는 했었습니다.
그녀는 졸업파티에서 잘나가는 무리 '딘', '페이턴', '리엄'과 같이 끼여서 놀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졸업파티 후 '딘'의 집으로 간 그녀는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고, '딘', '리엄', '페이턴'은 번갈아 가면서 그녀를 강간했습니다. 그녀는 취했지만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원하지 않았고, 저항했음에도 그런 일을 당해야 했고, 그 일은 또래 친구들의 흔한 놀이처럼 그녀의 짓밟힌 감정과는 상관없이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선생님의 도움으로 이 일을 고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술을 마셨다는 사실과 뚜렷한 기억이나 증거 없이 강간을 당했다는 그녀의 주장과 느낌만을 가지고 이 사건을 빨리 무마시키고 싶어 하는 어른들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끝까지 고발을 이어나가며 싸우기에 그녀는 너무 어렸습니다. 그녀에게 지울 수 없는 이 끔찍한 사건은 세상의 관심사 밖으로 묻혔습니다.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껴야 하는 현실에 '티파니'의 진짜 친구들 '벤'과 '아서'는 저항합니다. '딘' 무리에게 괴롭힘을 당해왔던 그들은 '티파니'의 일이 정당하지 않게 마무리된 것을 보고 총기를 들고 나타나 학생들에게 총기를 난사합니다. 이 '총기 난사'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는 '티파니'와 '딘'입니다. 하지만 '딘'은 이 사건으로 하반신 장애를 입게 되었고, 그 장애는 그가 '피해자'였다는 것을 훈장처럼 보여줍니다. 반면 사지 멀쩡하게 살아남은 '티파니'는 한 때 가해자였을지도 모른다는 의심까지 받게 됩니다.
가장 큰 피해자였던 '티파니'는 아무도 그녀의 아픔을 알아주고 위로해 주지 않았던 이 사회에서 '아니'의 모습으로 살아가며 명성과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노력해 얻은 완벽해 보이는 삶 이면에 그녀의 진짜 모습 '티파니'는 트라우마를 계속 간직한 채 그녀의 속마음에 갇혀 있었습니다.
3. 그녀의 용기로 끝나는 영화.
'아니'는 결혼 준비를 하며 계속 불안정한 모습을 보입니다. 결혼 전 가족 모임에서 속마음으로만 잘 숨겨오던 상대방에 대한 험담을 입 밖으로 진짜로 내뱉어 버리는 실수를 하기도 합니다.
'아니'에게는 가해자인 '딘'이 '총기 사건'에서 살아남은 영웅이며 그 사건의 피해자 행세를 하며 책까지 집필해서 사람들을 기만하며 돈을 버는 모습을 보고 '아니'는 더 이상 참지 않기로 합니다. '딘'의 출판 행사에 찾아가 '딘'이 자신을 학창 시절 강간했다는 사실을 자백한 녹음 파일을 세상에 공개합니다.
'아니'는 피해사실을 숨기며 흘러가는 대로 살아지는 삶을 살기를 그만둡니다. 본인도 피해자였음을 밝히면서 본인의 과거 '티파니'를 위로합니다. '아니'는 방송에 나와 진실을 밝히며 이 시대에 다른 '티파니'들, 즉, 피해자임에도 사회 분위기 때문에 당당하게 밝히지 못했던 모든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로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더 이상 속마음을 숨기지 않습니다. 이중적인 삶을 살았던 불안한 자신의 모습에서 벗어나 진짜 모습을 찾았습니다.
이 영화는 많은 여성이 차마 해결하지 못하고 밝히지 못했던 아픔을 집어주고 어루만져 주고 있습니다. 남자 여자의 대결구도로 작위적으로 스토리를 짠 것이 아닌, 진지하게 한 여성의 진짜 이야기를 통해 그녀의 아픔과 혼란스러움을 디테일한 서사와 묘사로 그려냈습니다. 관객은 '아니'를 통해 참담한 마음을 같이 느끼고 공감도 하고 위로도 받습니다.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또 다른 '티파니'가 생겨나지 않기를 기도해 봅니다.